가타리나수도원 판토크라토르 그리스도

오늘날까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그리스도 이콘으로 6세기 경에 제작되었으며 이집트 시나이의 성 가타리나 수도원에 보관돼 있다. 뜨거운 밀랍에 색상을 입혀 그림을 그리는 납화기법을 이용한 ‘판토크라토르’(Pantocrator) 형식의 그리스도다. 그리스어(크라테오, krateo)로 만물을 지배하는 군주라는 의미의 ‘판토크라토르’는 하느님이 자연을 에워싸고 돌본다는 의미로 우주의 통치자를 상징한다.

그리스도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입었던 붉은 자주색 튜닉 상의에 숄의 일종인 짙은 푸른색 히마티온을 두르고 있다. 히마티온의 푸른색과 튜닉의 붉은 자주색은 그리스도의 천상적인 신성과 지상적인 피의 수난인 인성을 상징한다. 이는 그리스도 안에 신성과 인성의 결합 즉 삼위일체를 암시한다. 가끔 그리스도의 의상은 왕과 황제보다 높은 지위라는 의미에서 금빛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리스도는 오른손으로는 인류에게 축복(인성의 상징)을 주고, 왼손에는 귀한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성경(신성의 상징)을 들고 있다. 오른손의 세 손가락은 삼위일체를, 나머지 두 손가락은 하늘과 땅의 결합을 상징한다. 정면을 바라보는 그리스도의 얼굴에서 신성과 인성의 결합은 더욱 분명히 보인다.

그리스도의 모습은 무표정하고 엄숙하나 상당히 사실적인데, 이것은 이콘 도상학의 중요한 특성인 고요와 관조, 평정, 침묵을 상기시킨다.

두 눈의 차이는 하늘과 땅, 즉 그리스도의 두 본성인 신성한 면과 인간적인 면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우리를 바라보는 약간 눈썹 끝이 올라간 그리스도의 왼쪽 눈의 표정은 엄격하다. 이는 ‘완전한 하느님’으로서의 그리스도를 드러낸다. 반면, 하늘을 바라본 그리스도의 오른쪽 눈의 얼굴 표정은 온화하다. 이는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그리스도를 나타낸다. 완전한 하느님과 완전한 인간으로 드러낸 그리스도의 얼굴은 금빛 후광과 이콘 맨 위 양쪽 모서리의 여덟 개 광선의 금빛 태양으로 더욱 빛나고 있다.